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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3년 차 FE 개발자의 퇴사 회고

by Vintz 2024.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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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itchel Lensink - https://unsplash.com/ko/@lensinkmitchel

그동안 여러 회고 글을 썼지만, 퇴사 회고는 처음이다. 항상 회고 글을 다 쓰고 나면, 개운한 기분에 휴식이든 잠이든 온전히 그것에만 집중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퇴사에 대한 생각도 정리할 겸 회고 글을 쓰면서 퇴사를 마무리하려 한다.

회사 생활

지금 회사는 국비지원학원을 수료한 후 1년 만에 취업을 하게 된 소중한 회사다. 그 당시 긴 터널과 같은 취준 기간을 뚫고 합격한 곳이라, 오래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초기에는 실무 코딩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있어서 마냥 좋았다. 열정이 가득한 상태에서 신입분과 말싸움도 해보고, 실수도 하고, 아주 잠깐 내가 코딩을 잘하는 줄 알았고, 출근길이 막 설레고 그랬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나는 운이 좋게 회사의 주요 서비스를 새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프론트는 나 혼자뿐이었지만, 리액트 기반에 퍼블리싱부터 프론트 개발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약 1년간 제품 출시의 한 사이클을 경험하면서 대부분의 블로그 글이 회사 업무와 관련된 기술 글과 회고 글이었고, 내 개발 인생에서 가장 큰 성장을 이루게 해준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결국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개발자 동료들은 이제 모두 없고, 그 중 내가 마지막으로 떠나는 사람이 되었다.

퇴사한 이유

연봉도 괜찮았고, 복지도 나쁘지 않았고, 특히 다른 회사를 가면 이렇게 즐거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같이 밥먹는 사람들이 너무 재밌고 좋았다. 근데 왜 퇴사를 했을까? 바쁜 시기에 혼자 고군분투하며 여러 일들이 겹쳐 퇴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동시에 성장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어서 퇴사가 크게 와닿진 않았다. 특히 바쁜 시기가 지나, 유지보수를 하게 된다면 개선하고 싶은 것들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그 기대감도 굉장히 컸었다.

 

약 1년 동안 프로젝트를 하면서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런데 바쁜 시기가 지나고, 드디어 기술적으로 많은 도전들을 할 수 있는 이때,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퇴사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정말 피하고 싶었던, 여러 회고 글에서도 언급한 개발과는 거리가 먼 업무를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이제서야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것들이 모두 다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개발과 거리가 먼 업무라서, 단순 반복하는 업무여서가 아니다. 다 괜찮다. 하지만 거기서 더 개선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 게 가장 컸다. 외부 시스템의 의존도가 컸고, 당시에 최선을 다했고 개선할 수 있는 요소가 더 이상 잘 보이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회피하고 싶은 경향이 컸던 것 같다. 나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개발에 집중하고 싶었다. 지금은 그때처럼 열심히 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내 나름대로 능동적으로 행동했고, 개선 또는 성장할 점들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같이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 또한 들지 않았다. 그래서 점점 이 일을 하는 것의 의미를 잃어가지 않았나 싶다.

퇴사 과정

먼저, 팀의 리더인 부장님께 퇴사를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퇴사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다른 팀에 계시던, 이제는 회사 내 유일한 신입 프론트 개발자분에게 해야 할 인수인계 계획 등을 논의했다. 그렇게 이사님, 상무님, 그리고 대표님과의 면담까지 마쳤다.

 

대표님과의 면담이 기억에 남는다. 이직 시기는 어떻고, 이때를 놓치면 몇 개월은 기다려야 하니 이력서를 많이 넣고 연봉 많이 주는 데로 가라고 하셨다. 앞으로도 열심히 배우려는 개발에 대한 그 열정을 잃지 말라고 격려도 해주셨다. 정말 깔끔한 대화였고, 대표님 덕분에 퇴사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퇴사 파티도 했다. 이런 자리들이 중간에 있었다면 퇴사를 안했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2차까지 재미있게 보냈다. 비슷한 시기에 과장님도 퇴사를 하셔서, 저녁 자리를 함께 했다. 거기서 칭찬에 인색하던 대리님이 나에 대해 좋은 점을 말씀 하시고, 그리고 아쉽다는 표현을 하셔서 정말 놀랐다. 평소에 이런 표현을 잘 하지 않던 분이셨기 때문에 더 놀랐던 것 같다. 그때 술이 들어가서 더 그러셨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퇴사하기 하루 전, 식구 중 한분이 롤링 페이퍼 비슷한 걸 만들어서 주셨다. 한분 한분 나에게 할 말을 물어봐서, 그 말들을 한 페이지에 옮겨 주셨다. 그리고 마지막 출근날, 추억에 남을 만한 사진들과 영상을 찍어주셨고, 퇴근할 때 많은 분들이 배웅을 해주셨다. 정말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함께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운 점, 느낀 점

개발 문화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아무리 좋아도, 좋은 직장 문화를 갖고 있지 않다면 직원들이 떠난다는 걸 경험했다. 그리고 개발 문화는 혼자 바꾸지 못한다. 오히려 동화되며, 그 문화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면 더 힘들다.

 

회사 또는 상사 욕은 안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상대방은 알지도 못하고 나아질 게 없다. 오히려 본인만 화가 더 나서, 그 사람이 더 미워지는 것 같다. 정말로 좋을 게 없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어떻게 대응을 해야할지는 모르겠다. 나처럼 회사를 떠날 생각을 하는 게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회사 분위기가 안좋아지면 퇴사자도 늘어나는 것 같다. 특히, 장기간 지속되면 더욱 그런 것 같다.

 

내 자리 주변에 있는 사람이 내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힘들게 한다면, 자리만 바꿔도 큰 효과가 있다. 하지만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같이 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마무리

퇴사를 재고하게 만드는 이상적인 글들을 보며 많은 고민을 했다. 정말 내가 최선을 다했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갈 곳이 정해지고 떠났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때가 아니면 안될 것 같았다. 이것이 회피든 모험이든, 후회는 하지 않는다. 앞으로 내가 하는 것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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