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은 내가 회사를 다닌 지 2년이 되는 달이다. 이제 곧 3년 차가 되는데, 인사이트를 얻고자 오랜만에 IT 관련 행사를 다녀왔다. 대부분의 컨퍼런스 발표들이 그렇듯, 유튜브에 영상이 업로드 되겠지만 막상 올라오면 잘 안보게 되는 것도 있고 시간을 정하여 온전히 발표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뤼튼 PO님과의 대화
내가 신청한 발표 세션은 후반 세션이었기 때문에 점심 먹고 여유롭게 갔는데도 시간이 남았었다. 1층에는 IT 기업 부스들이 쭉 늘어나 있었다. 초반에는 긴장을 해서 그런지 관심있는 곳보다는 적극적인 곳에 먼저 가게 되더라. 조금씩 긴장이 풀리고, 기업 부스들을 구경하다 뤼튼이라는 곳에 들렀다.
지금은 ChatGPT를 유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뤼튼은 출시 초기에 무료에다가, 이미지 생성까지 해준다길래 궁금해서 써본 적이 있다. 현재는 많이 바뀐 걸 알 수 있었다. 한국 서비스이다 보니 한국어에 특화되어 있고, 국내 기업과 연동해서 여러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배민 리뷰 자동 작성과 같은 본인만의 AI 자동툴을 만들어 공유하는 아이디어가 재밌어 보였다.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알고 보니 PO님이었고, 더 궁금한 게 많아져 기술 스택이라던지 팀 분위기는 어떤지, 어떤 개발자가 소통하기 어려운지 등 어디서 알기 어려운 경험에 대해서 많이 물어봤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서 그런지 대화를 하고 나서 뤼튼이라는 회사가 꽤 좋아보였고 즐겁게 개발할 수 있는 곳 같았다.
동아리 부스
기업 부스들을 다 돌고 지하 1층에 있는 동아리 부스에 갔다. 열정적인 분들이 많아서 나까지 그런 에너지를 얻고 온 것 같다. 사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프로덕트를 이 단계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내가 본 곳들은 대부분 네이티브 앱으로 개발이 되었고, 웹으로는 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그 부분도 웹 개발자인 나한테는 뭔가 생소했고,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민 FE 개발자 송요창님을 만나다
기업 부스와 동아리 부스를 다 돌아도 시간이 많이 남게 되어 발표 세션이 있는 5층에서 쉴 곳을 찾아 다녔다. 관계자에게 물어 세미나실에서 쉴 수 있다고 해서 갔는데 우연찮게 송요창님이 계셨다. 그래서 정말 운이 좋게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예전에 배민 잡담 관련 글을 쓴 적이 있다. 말솜씨가 좋으셔서 예상대로 관련 팀 문화가 잘 잡혀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고, 1시간 정도 되는 짧은 시간에 여러 인사이트를 얻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내용들을 질의응답 시간이 끝나자마자 노션에 정리했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리액트에서 상태 관리 라이브러리를 꼭 써야할까?
- 사용하는 이유를 알아야하고, 그 생각이 자리 잡으면 써도 좋다.
- 그 생각을 바탕으로 도입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도입을 해보자.
- 팀의 생산성은 생산성이 가장 낮은 팀원이 기준이다.
- 팀원 전체가 발전해야만 팀의 생산성이 올라간다.
- 일정 산정이 어렵고 자꾸만 밀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 제일 중요한 건 빠른 보고이다. 보고를 해도 이유를 잘 설명해야한다.
- "이 기능을 구현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시간이 지체되어 해당 라이브러리를 사용해야할 것 같다."와 같이 말하면 보통은 팀의 결정권자가 조언을 해주거나 방향을 잡아준다.
- 사실 좋은 팀이라면, 가만히 두지 않는다. 먼저 와서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곤 한다.
- 리팩토링은 언제 하는 게 좋을까?
- 리팩토링을 성급하게 하는 걸 권하지 않는다.
- 사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기능이나 서비스가 되면 아무리 좋은 코드도 무용지물이다.
- 따라서 사용자의 선택이 이뤄진 뒤 비슷한 기능을 3번 이상 수정하게 될 때 해도 늦지 않다.
리팩토링에 대한 얘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 중간에 리팩토링을 하느라 일정을 지키지 못하거나 야근을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많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든 코드가 클린하고 유지보수성이 좋은 코드면 당연히 좋지만, 이제는 너무 이상적인 생각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모든 코드를 어지럽힐 필요는 없지만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나만의 전략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발표 01. Junior들을 위한, 너무 늦게 알아버린, 너무 일찍 알게된
첫 번째로 LG유플러스 연구위원이신 송주영님의 발표를 들었다. 아마 가장 재미있고 몰입이 되었던 발표가 아닐까 싶다. 주영님의 에너지가 느껴질 정도로 몰입한 상태로 발표를 하셨고, 뭐라 설명하긴 힘들지만 직접 가서 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기 부여가 되는 발표였고, 개발자가 멋진 직업이라 생각했다.
송주영님은 예술에 비유하여 IT는 역사가 짧은 만큼 우리도 세상을 바꿀만한 힘을 갖고 있다고, 세상에 엄청난 영향력을 주는 만큼 엔지니어도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기본 중의 기본을 굉장히 강조하셨다. 프론트 엔지니어든, 백엔드 엔지니어든, 인프라 엔지니어든 간에 보안부터 시작해서 깊은 토대를 만들어야한다고 하셨다. 또한, J 곡선 성장은 힘들지만 복리와 같이 차근차근 쌓다보면 언젠간 큰 효과를 볼 거라고 하셨다.
주영님이 생각하는 성장, 배움의 기준이 굉장히 높다고 느꼈다. 국내가 아닌 세계를 기준으로 생각을 바꾸면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것들도 사실 작은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이 되었다. 내 한계가 훨씬 높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공부하는 범위가 워낙 넓고, 어느 분야 하나만 파더라도 얼마든지 깊게 팔 수가 있는데 어느 정도의 깊이까지 공부를 해야하나 궁금해서 질문을 했다. 그래서 주영님은 성장을 하려면 회사의 비전을 바탕으로 회사에 필요한 기술에 대해서 깊게 공부를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건강에 대한 것도 강조를 하셨다.
발표 02. 내가 지키지 못한 조언들
두 번째는 당근 엔지니어이신 하조은님의 발표가 있었다. 매니저일 때 했던 조언이 다시 개발자로 이직하였을 때 그것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회고 스타일의 발표를 하셨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가장 많이 고개를 끄덕였던 발표였다.
개인적으로 제일 공감 했던 건 개발이 글쓰기와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로 글을 쓰다 보면 고쳐야 할 부분들이 계속해서 보인다. 그리고 퇴고를 하게 되는데, 리팩토링과 비슷하다.
조은님께 어지럽혀도 되는 코드와 클린 코드를 적용해야 하는 코드에 대한 기준이 있는지를 여쭤봤다. 이 부분에서도 역시 일정 내에 서비스를 내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고, 일단 기능하게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서비스의 완벽보다는 완성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어쨌거나 클린 코드는 좋은 것. 적용할 수록 좋다고 하셨고, 유틸리티 함수 같은 것들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일정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면 가면 증후군을 느낄 수 있다. 옆에 사람은 다 끝내고 여유로운 것 같은데, 나는 끝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내가 실력이 없어서 그런거라고 느낄 수 있다. 정말 실력이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일의 배분에 문제가 있거나 조율이 필요한 것이지 실력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이 나한테는 위로가 되었다.
내가 느낀 건 조은님은 프로덕트에 대한 책임감과 개발 가치관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프로덕트에 대한 이해가 가장 깊은 사람은 개발자라고 하셨다. 사용자가 알아차리기 힘든 미세한 렌더링 속도 차이라던지 어떤 경우, 상황에 버그가 생기는지 아는 것 등 프로덕트에 대한 작은 성능 차이, 결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발표 03. 나는 어떤 회사에 일해야 할까?(대기업? 스타트업?)
세 번째로 헤이딜러 안드로이드 엔지니어이신 박상권님이 발표를 해주셨다. 나는 정말 어떤 회사랑 잘 어울릴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되어서 흥미로웠다. 대기업, 금융회사(정직원 기준), 창업, 100인 미만 스타트업, 100인 이상 스타트업에 대해 특징을 잘 설명해주셨다.
특히 창업에 대한 얘기가 재밌었다. 개발자의 창업을 요리사에 비유를 해서 설명을 하셨다. 사람들이 내 요리를 먹으러 많이들 오는데 사장님이 월급을 올려주지 않아서 직접 식당을 차리려고 한다. 막상 나와 보니 신경 쓸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알바는 어떻게 뽑고, 교육은 어떻게 하고, 인테리어 위치 등 이런 것들이 창업과 비슷하다고 하셨다. 마케팅, 기획, 디자인, 개발 등 모든 것을 혼자 해서 3년 동안 압축 성장을 했다고 하셨다.
발표 04. 우리의 기술성장은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가?
네 번째는 케어마인드 CTO이신 양수열님의 발표를 들었다. 처음 시작은 오일 탱크에 대한 얘기를 하셨다. 그러다 점점 공감하기 힘든 부분들이 생겨 집중이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오일 탱크에 이어서 옥수수 작황에 대한 얘기를 하셨을 때는 내용이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것들이 결국 AI로 인해 더 정확하고 예측 가능한 정보가 되어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설명해주셨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내가 예상한 내용과 다르다고 생각해서 중간에 주제를 다시 한번 확인하기도 했다. 뭔가 경제적인 부분에서 선물 거래, 주식, 코인, 오일, 옥수수 작황의 사례로 설명을 해주셨는데 그냥 자료만 보여주신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이어서 풍력 발전에 대한 얘기와 AI에 대한 얘기를 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회사는 나의 성장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과 함께 커뮤니티나 오픈 소스에 적극 참여하자는 말씀을 하셨다.
발표 05. 살아남는 개발자가 되기 위한 CS 전공 지식 '제대로' 학습법
개발자이자 작가이신 강민철님의 발표가 마지막 순서였다. 단순히 면접용 CS 지식의 키워드나 뜻만 공부하지 말고, 좀 더 깊게 공부해서 고민도 해보고 소스 코드 기반의 학습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또한, 라이브러리/프레임워크의 사용법만을 익히지 말고 내부 동작을 뜯어보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셨다.
이런 지식들이 쌓이면 성능, 용량, 비용을 고려하게 되는 고급 개발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요즘 ChatGPT와 같은 AI 도구들을 많이 쓰는데, 이 AI가 할루시네이션(허위 정보)을 일으킬 때 문제를 지적할 수 있어야하고, 내놓은 코드를 상황에 맞게 변형, 최적화 할 수 있어야한다고 하셨다. 나중에는 정말 이런 능력이 필수가 되지 않을까?
마치며
요즘 일에 치이다 보니 회사일만 바라보고 있다. 행사를 다녀오고 나서 뭔가 환기가 된 느낌이 들었다. 최근 회사에 신입 프론트엔드 개발자분이 들어오긴 했지만 회사에 FE 개발자가 두 명뿐이고, 팀 내 FE 개발자는 나 혼자라서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어느 정도 해소 된 것 같다.
이번 글은 발표 세션에 대한 내용보다는 주관적인 내용으로 글을 썼다. 모든 내용은 글을 쓰는 순간에 그때의 기억이 휘발되어 다르게 해석했을 수도 있고, 퇴고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바뀌기도 했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경험에 따라 해석하여 글을 썼다. 그래서 주관적임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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